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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썰풀이, 잡담

공대생이 수학 박사과정을 도전하게 되었던 과정

by EnjoyingMath 2023.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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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학 박사로 진로를 정해왔던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먼저, 학부 시절부터 시작해보죠. 저는 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나 수학 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건담 같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기계공학을 선택한 것이었죠. 그래서 대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이런 생각으로 기계과를 선택했고, 스무 살 때부터 독립을 해서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충당하고 용돈은 과외로 벌어서 지내왔습니다.
독립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기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했습니다. 이삼 학년까지는 기계공학에 필요한 전공과목들을 모두 이수했고, 다른 전공 공대 과목들도 들었습니다. 비록 공대 과목들이 많이 어려웠지만 저에게는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밤을 많이 새면서도 즐겁게 공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3학년을 마치는 시점에서는 필수 과목들에 대한 공부는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졸업을 위해 필요한 과목들을 모두 이수한 것이죠. 그래서 4학년에는 약간 교양적인 성격의 과목을 듣기로 했습니다. 당시에는 경제학과에서 경제학 원론을 배우는 것에 궁금증이 생겨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넣게 된 다른 과목은 수학과 2학년 전공 과목인 해석학개론과 고등미적분학이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학교에서는 이를 고등미적분학이라고 불렀죠. 이 과목들은 4학년 때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등미적분학과 집합론을 교양으로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시작점이었죠. 그 당시에는 아직 군대에 가지 않아서 계속해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과에서 일 등급을 받는 학생들에게 과외를 몇 개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제가 수학을 잘한다는 착각을 갖게 되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먼저는 해석학개론(고등미적분학)을 수강하는데 배워보니 내용들 그 무엇도 기본적으로 이해하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중간고사를 치르고 교수님께서 답안지를 채점하여 돌려주셨습니다. 중간고사 답안지를 받아 개인적으로 살펴보니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지수 법칙을 적용했는데 이에 대해 어째서 지수 법칙이 성립하냐고 자명하지 않다고 틀렸다고 그어져 있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여러 가지 수학적 토픽들이 있었는데, 가령 수열이나 미적분학 등등, 그 중에서도 지수는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지수 법칙을 잘못 적은 것에 대해서 교수님께서 빨간색 펜으로 표시하고 그 문제에 대해 점수를 충분히 주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교수님은 저를 괴롭히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제게는 왜 저게 자명하지 않다는 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점에서 큰 충격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저는 고등학교 수험생들에게 과외를 하고 있어서 수학을 잘한다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라고 묻는지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때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한 문제 10점으로 이루어진 100점 만점에서 제가 약 22점을 받았을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확한 점수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30점 정도면 수학에 재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나름 많은 과외를 해왔던 내가 수학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구나라는 것이 저는 굉장히 신선했었고, 그게 궁금해서 사람들이 어떤 관점에서 이를 점수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판단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습니다. 이것은 저에게 굉장히 혁신적이고 충격적인 사실이었고 이 세계관에 대해서는 내가 더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공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군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연구원이나 박사까지 공부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버리고 수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제게는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석사로 진학한 시점에서는 해석학 개론, 위상수학, 실해석학, 그리고 글의 집합론 정도의 과목들을 수강했습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수학과 친구가 없어서 어떤 과목을 어떻게 수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복수해석학이나 대수학과 같은 과목들은 전혀 처음 접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석사 과정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접해본 것은 주로 해석학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공대 배경으로 평면 방정식과 같은 내용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석사 과정 동안은 주로 이러한 기초적인 과목들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부 때는 배우지 않았던 대수학이나 복수해석학, 대수적 위상수학과 같은 주제들을 처음으로 배우고 이들은 굉장히 생소하고 다른 분야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목들이 신선하다는 면에서는 매우 흥미로웠고, 해석학 개론 수업의 조교로 활동하던 시기에는 한 친구가 군대에 다녀온 뒤 제가 조교로서 수업을 시작했을 때 그 친구가 수업을 등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많은 신선한 질문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 질문들은 단순히 증명을 위한 테크닉에 대한 것이 아니라, 수학적인 개념들의 의미와 본질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매우 잘 맞았고 서로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소위 해석학, 대수학, 위상수학에 대해 공부하는 가운데 여러 수학들의 다양한 관점들을 이해하고 정의 및 예시, 정리들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해 보면서 둘이 많이 누리는 시간들을 보낸 후에 저는 석사 이년 마치고 당시에 박사로 진학하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하다고 판단을 했고 또 군대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에 석사 후 전문 연구요원으로서 대전의 한 회사 연구소에 이제 취업을 합니다. 그래서 석사를 마치고 반도체 계통의 회사에 들어갔는데 그것도 굉장히 돌아보면 운이 좋았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속한 팀의 어떤 팀장 및 선임들은 배울 게 굉장히 많은 이제 사람들이었고 거기 그런 팀의 막내 입장에서 배운 점들이 굉장히 많았었습니다. 그러나 수학에 대한 미련은, 공부에 대한 미련은 저한테 계속 있었고, 무엇보다도 제 수학 공부가 끝나지 않았다라는 미련이 계속 있었어요. 그래서 그 제가 석사 졸업했던 시점에서 수학적으로 교류하며 친하게 지냈었다는 학부생이 정확하게 한 학번 아래인 친구였는데 제가 졸업한 시점에서 제가 이 친구에게 부탁을 합니다. 그 친구는 자대 석사로 갓 진학을 하는 상황이었고 전 직장 다니니 더이상 수학 공부할 시간은 없는데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수학은 계속 좀 알아가고 싶다, 그래서 주말에 서울에 올테니 말에 나를 한 번씩만 만나 달라 그러면 내가 맛있는 밥은 살 테니 대학원 다니면서 배우는 공부들에 대해서 나한테 이야기를 들려달라, 그러면 나한테는 그게 훗날 굉장히 좀 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도 흔쾌히 OK를 해서 그러면서 석사를 마치고 이 친구가 박사 유학을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주말에 교류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 친구가 석사 진학을 했을 시점에서는 사실 불평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자대 대학원에 진학을 했는데 그러니까 학부 때 그래도 친구는 말 그대로 가장 잘하는 축에 속하는 친구였고 석사 일 학기 때 배우는 기본 과목들은 이 친구는 이미 학부 때 다 공부가 끝나 있었던 겁니다. 배울 게 하나도 없다고 불평이 많았어요 근데 정작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된 시점에서 이 친구의 불평이 완전히 사라지는 계기가 생깁니다. 미분기하 과목을 대학원 수업을 들었는데 이거 본인 너무 본인 스타일이라고 그리고 너무 재밌다고 하면서 저한테 ‘형, 미분 다양체라는 게 있다’, 그러면서 저한테 본인이 공부하는 거에 대해서 알려주기 시작했고, 제 경우는 석사 졸업할 때까지 기하학과 관련해서 접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제게도 새로운 공부였습니다.
저는 미분기하에 대해서 이 친구를 통해 처음 배우기 시작했고, 주말 중 하루를 내어 친구에게서 듣는 이야기를 토대로 수학 공부를 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미분기하학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번은 알고 지내던 한 후배가 현재 졸업하려는데 미분 기하를 패스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수업 노트를 공유해줄테니 가르쳐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알겠다고 하여 이 후배의 노트를 가지고 함께 읽으며 공부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때, 그 내용을 음미하다가 깜짝 놀랄 정도로 놀라게 되었습니다. 미분기하학에서 ‘가우스의 위대한 정리’라는 이름으로 일컬어지는 정리인데, 그 내용은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지구가 평평하지 않고 둥근 형상의 기하학적 구조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것으로, 소위 우리는 지구 밖에서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지구가 어떻게 휘어져 있는지를 지구 위에서 서 있는 정보들을 토대로 알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 정리였습니다. 이 수학적인 언어 자체의 함축을 이해한 후 제 개인적으로 매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전에 생각했던 수학은 복잡성을 갖춘 것으로 엄밀함을 추구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블록 쌓기와 같은 느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게 미분기하학에서의 세계관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세계관이었고, 이것에 대해 깊이 알고 싶다는 욕망이 내면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욕망은 매우 강하게 느껴졌고, 일반적으로 진로를 결정할 때는 취업이나 다른 외적인 요인들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최선의 선택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미분기하학을 모르고 죽을 것 같은 후회를 피하기 위해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자 하였으며, 박사 지원서의 에세이에는 나는 미분기하학을 공부하고자 한다는 내용을 담아 제출했습니다. 이전에 제 전공은 기계공학이었고, 회사에서는 반도체 분야에서 임베디드 계통의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제 커리어는 제가 박사 때 하고자 한 것과는 무관했습니다.
비록 석사 때까지 제 실질적인 학문적 배경은 응용 학문에 맞춰져 있었으며, 성적표나 다른 지표에서는 기하학과 관련된 과목을 수강한 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제가 이 분야를 선택하고 싶다고 증명할 수 있는 근거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추천서를 써주신 석사 시절 대학원 선생님들과의 대화에서는 응용 학문 분야에서 박사 지원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석사 과정 때 공부했던 수학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신 미분 기하학과 관련이 있는 수학을 연구하고자 했고, 그렇게 되다 보니 미분기학 내에서도 어떤 큰 수학적인 세계관에 포괄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분야를 찾고자 질문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복소기하학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미분기하학의 세계관을 이해해야 하며, 지오메트리, 편미분 방정식, 대수기하학, 대수적 위상수학 등 다양한 내용을 철저히 숙지해야 했습니다. 이 분야를 공부하면 이러한 전통적인 수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제가 원하는 결의 수학적 이해에 이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제가 회사에서 이미 3년간 근무한 시점에서 제가 미분기하를 처음 가르쳐준 그 친구가 석사 학위를 마치고 박사 유학을 미국 동부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의 박사 지도 교수님은 친구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여 먼저 본인 아래로 제자로 오라고 유학 제안을 하셨고 그 결과 친구는 해당 학교로 박사 과정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이 교수님은 Richard Schoene라는 상대성이론 방향의 미분기하로 필즈메달을 받은 수학자의 제자였습니다. 또한, 이 교수님의 남편은 같은 학교에서 싱퉁 야우라는, 역시 필즈메달을 받은 미분기하학자의 제자로, 복소 기하학을 연구하고 계셨습니다.
이 학교를 살펴보니까 이 학교에서 미분기하를 공부할 수 있는 이 두 분 외에도 몇 분 정말 잘하시는 교수님들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이 학교에 진학해서 미분기하를 배우면 무엇보다도 복소기하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고, 또한 저와 대화가 통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이 학교를포함하여 약 20군데에 지원서를 제출했고,사실 저는 과정에서 꽤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에세이에서 모두 미분기하에 대해 언급했는데, 스펙 상 제가 이걸 공부하기 위해 준비해왔다는 근거가 될만한 점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속을 졸이다가 결국 어드미션 마감일인 4월 14일과 15일에 두 곳에 오퍼를 받았습니다. 하나는 보스턴에 있는 브랜다이즈 대학 다른 하나는 다행히도 친구가 갔던 코네티컷 대학 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코네티컷 대학의 오퍼를 수락해서 16년도 가을에 거기로 갔고, 막상 겪어보니 참으로 다행했어요. 실질적으로 제가 박사 지도 교수님으로 선택한 분은 뛰어난 실력과 따뜻한 성품을 갖춘 분이셨습니다. 그 덕에 공부하는 동안 굉장히 즐거웠고, 또 마음이 맞고 대화가 통하는 친구와 함께 몇 년 동안 외롭지 않게 잘 지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제가 가장 열망했던 분야를 몇 년 동안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유학을 준비했을 때 일반적으로 유학 준비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대개 영어 점수를 향상시키고 상위권 학교에 진학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편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측면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나에게 있어 유학은 사실상 박사 학위를 얻는 것보다는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영어 공부보다는 수학 공부였습니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나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나 자신이 무엇에 진정으로 흥미를 느끼고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유학 준비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수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면, 적어도 미분기학 분야의 박사가 되어야 했으며, 그것을 할 수 있는 좋은 학문적 환경에 놓여있는 것이 나에게 중요했습니다. 또한, 그 안에서도 내게 정말로 맞는 분야를 잘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타인이 좋은 학교라고 말하는 곳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모든 것을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지도 교수를 선택하는 데에도 이에 대해 헤아리는 과정에서 스스로 의미 있게 판단할 시야가 전혀 없는게 큰 리스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무지함으로 인해 환경적인 요소에 의존해서 몇 년 동안의 중요한 시간들이 결정되는 것을 싫어했습니다.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유학 준비 과정에서 필요한 수학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결과적으로 다행히도 어떤 입학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조금 더 일찍 영어 공부를 해서 유학 준비 과정에서의 마음 고생을 덜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까지가 나의 전공이 수학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학 박사 과정에 진학했던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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